그랜드 피날레
W. 제림
최신형 탐사 안드로이드인 루카스는 2000년 12월 25일에 하늘로 쏘아 올려졌습니다. 20년이라는 길다면 긴, 그러나 우주의 역사와 비교하면 찰나와 같은 시간 동안 이룩한 당신의 업적은 엄청납니다. 당신은 여정의 길목에 위치한 목성과 토성, 그들의 위성을 면밀히 살폈으며 미란다, 아리엘, 움브리엘, 티타니아, 오베론. 천왕성이 지휘하는 중요한 위성들의 표면 성분과 지형을 조사하고 천왕성의 검은색 얼음 고리와 자기장을 조사했습니다.
외로운 우주를 헤매는 동안 코니가 말벗이 되어주었죠. 구형 안드로이드인 코니는 인지와 연산 기능이 부족해 간단한 의사소통에도 10초씩 딜레이가 걸렸지만, 분명 든든한 친구였습니다.
이제 여정의 끝이 다가옵니다. 연료가 떨어졌거든요. 루카스의 최후의 미션은 천왕성의 대기권에 진입해 허공에서 불타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루카스의 그랜드 피날레 미션, 죽음의 다이빙입니다. 지구 유기물이 천왕성 환경을 오염시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지구의 과학자들이 내린 결정입니다. 루카스는 최후의 최후에도 천왕성의 대기와 표면 정보를 지구로 송신한 뒤 태양계에서 가장 추운 별을 무덤으로 삼게 될 겁니다.
뉴욕 타임즈, 타임, ABC, CNN, BBC. 세계의 언론은 앞다투어 루카스의 업적을 일장연설합니다.
지구의 모든 인류가 당신의 죽음을 칭송합니다.